coffee at 5:30 in the morning :: 나, 제왕의 생애 - 쑤퉁 (아고라, 2007)






"아가, 어린아이의 몸으로 제왕이 된 것이 너의 운명이고, 또한 너의 불행이구나."
- 46면


나의 애마는 천천히 섭궁 깊은 곳까지 달렸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꽃가지를 다듬던 정원사들은 모두 일손을 멈춘 채 함께 말을 타고 달리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까닭 모르고 놀랐던 정원사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빛나는 사랑을 받았던 혜비에게도, 그 이른 아침의 한순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 136면


"당당한 한 나라의 군주가 창기(娼妓)처럼 웃음을 팔아 부귀영화를 구해야 하다니, 황당하고 서글픈 일이 아니냐."
- 153면


나는 연지 냄새와 분가루 가득한 암투에 휘말린 피곤한 제왕이었다. 이 후궁, 저 후궁을 바삐 뛰어다니느라 내 왕관과 용포에는 붉은 연지 가루와 향수가 튀었고, 구정물과 더러운 찌꺼기들이 묻었다. 그 모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167면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순식간에 그것을 산산조각 내서 저 하늘 멀리 날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만약 어느 날 그대가 왕이 된다면, 왕궁 안에 가득한 미인들과 수많은 금은보화를 갖게 된다면, 그대는 그대 자신이 텅 비어, 한 조각 나뭇잎처럼 바람 속을 떠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 180면


단지 여러 번 접은 얇은 종이 한 장만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해서 나는 부왕이 남기신 유서의 또 다른 판본을 보게 되었다. 흰 종이에 적힌 검은 글자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내용을 전하고 있었다.
 '장자 단문을 세워 섭국의 군주 자리를 잇게 하라.'
나는 그 유조를 손에 든 채 할 말을 잃었다. 몸 전체가 우물에 떨어진 돌처럼 끝없이 아래로, 아래로 까부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단문이 싫었고 또 내 자신이 싫었다.
 "이건 내가 너희 사내놈들과 즐긴 한바탕의 농담이니라. 나는 가짜 섭왕을 만들었다. 너를 조종하는 게 더 쉬웠기 때문이지."
노부인의 바싹 마른 얼굴에 한 차례 찬란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말했다.
 "나는 섭국을 여덟 해 동안 통치했고, 쉰일곱 해를 살았다. 원 없이 살았어."
- 207면


"내가 무슨 빌어먹을 개 방귀만도 못한 왕이란 말이냐? 나는 하늘 아래 가장 유약하고 무능하며, 또한 가장 가련한 제왕이로다. 어릴 때에는 유모와 환관, 궁녀들이 하라는 대로 했고, 글을 깨우칠 무렵에는 승려 각공이 하라는 대로 했으며, 왕이 되어서는 황보부인과 맹부인이 하라는 대로 했다. 이제 나라의 정세가 크게 변하여 민심이 흉흉하고 여기저기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모두 다 늦었구나. 한 자루 칼이 내 목을 노리고 달려드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그저 여기서 한숨만 내쉬고 있을 뿐이다. 연랑, 말해보아라. 내가 무슨 빌어먹을 왕이란 말이냐?" 
- 217면


잔혹한 하늘이 그 모든 것을 준비했다. 그때 나는 그 시골 객잔 안의 모든 사람들이 나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고 느꼈다. 일찍이 나는 이 나라의 지고무상한 제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행복과 즐거움은 그들의 그것에 미치지 못했다. 
- 262면


그것은 진실로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소리였다. 아름다운 외모와 박복한 팔자를 타고난 나의 혜비. 그녀는 벌써 또 다른 자유의 흰 새가 된 것이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소매를 한 번 떨치는 것으로 충분했다. 모든 것이 각자의 날갯짓과 꿈일 뿐이었다. 모두 제각기 갈 길을 가고 있었다. 
- 3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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