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something that matters. :: 어떻게 하면 닥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닥치게 할 수 있을까?


보다 못해서 뒤늦게 한마디합니다. 짜증이 나서 못살겠슈.... - _-;;
기이한 타이밍, 기이한 시간대에만 마클을 떠도는 츠자이옵니다.



'된장녀'대한 기이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
그리고 쟁점은 하나다. 어떻게 하면 니 주둥아리를 닥치게 만들 수 있을까?

난 사실 남의 주둥아리를 닥치게 만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나불나불 떠들고 다닐 권리가 있다. 그게 아무리 틀린 의견이라도 말이다. 난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고 더 많은 개인의 자유가 증대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니까, 일단은 너에게도 지맘대로 씨부려댈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너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니가 씨부려댄 것들이 하나의 권력을 형성해서 폭압적인 기제가 되고 편견을 확대재생산하고 마녀사냥을 부추기고, 그래서 니가 삘받은 김에 본인조차 근원을 알 수 없는 분노를 투사하면서 자유민주주의가 깔아준 멍석에 똥을 싸고 지랄춤을 추는 건 도저히 못봐주겠다. 넌 주둥아리 놀리면서 똥싸고 지랄춤 출 시간에 열심히 살아서 꼭 성공해야한다.
왜냐하면 24주 집중 심리상담치료를 받으려면 돈이 굉장히 많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난 좀전까지만 해도 매우 선하고 고귀한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장문의 글이 다 날아가는 바람에 열이 좀 받아서 말이 격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다. 넌 단순히 정신이 아픈 것 뿐이다. 난 니가 치료를 받고 갱생해서 사회에서 제몫을 해내는 건전한 시민이 되기를 염원한다. 그리고 갱생의 첫걸음은 우선 주둥아리를 닥치고 진진한 내면적 반성을 시도하는 것이다.

자, 이제 편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후 아프디 아픈 너의 정신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1. 넌 도대체 된장녀가 누구라고 생각하냐? (실명을 거론하시오.)

a. 앞집 영희가 된장녀인 것 같다. 일전에 영희가 스타벅스에서 커피마시는 걸 목격했다. 그걸 목격하게 된 경위는 내가 영희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영희의 일거수 일투족에 과도하게 신경썼기 때문이다. 영희는 예쁘고 날씬하고 머릿결도 좋다. 그래서 고백했는데 대차게 차였다. 영희는 된장녀다.

b. 모르겠다. 눈앞이
뿌옇다.


a를 선택한 너를 괴롭히는 것은 된장녀가 아니라 리젝션이다. 넌 된장녀에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영희에게 관심이 있다. 즉, 개인적인 동기가 있을 뿐이다. 보통 인간들의 개인적인 동기라는 것은 대체로 매우 치졸하고 쪼잔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그렇게 치졸하고 쪼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개인적인 동기를 사회적으로 확장시키고 싶어한다. 범위를 넓히면 그 치졸함과 쪼잔함이 희석되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느날 죄없는 노파를 죽였다. 그렇지만 이건 노파가 고리대금업자고 사회적 모순을 상징하는 인물이며 라스콜리니코프가 늘 그런 문제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사색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그런 게 아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단지 매우 가난했기 때문에 노파를 죽인거다. 그냥 자기 상황이 너무 짜증나고 살기 팍팍하고 그러니까 잠시 대가리가 돌아버려서 그런거다. 즉, 그는 자신의 가난에 분노하고 있었던 것이다. 넌 라스콜리니코프의 행동이 정당한 거 같냐? 넌 니 아들이 그러고 오면 잘했다고 엉덩이 토닥토닥 두들겨줄거냐? 도스토예프스키 스스로도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목은 죄와 벌인데 죄 짓는 부분은 몇 줄 나오지도 않고 나머지 부분은 죄다 벌 받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물론 리젝션은 고통스럽다. 내가 그게 안 고통스럽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너는 그 고통을 직시하고 그게 영희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여야한다. 정 마음이 안 좋으면 영희를 떠올리며 혼자 스타벅스에 앉아 상념에 잠겨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 전에 주둥아리는 닥쳐라.


b를 선택한 너는 2번으로 넘어가라.



2. 너는 된장녀가 왜 밉냐? (구체적인 이유를 열거하시오.)

a. 한국여자들은 너무 편하게 사는 것 같다. 나는 군대에서 실컷 좃뺑이 치면서 고생했는데 취직도 안 되고 힘들어죽겠다. 그런데 학교 가보면 어린 여자애들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해맑게 웃으면서 스타벅스 커피 같은 거 마시고 있다. 스타벅스? 그게 맛있나? 왜 그런 거에 돈을 쓰는지 한심해죽겠다. 그러니까 나라가 발전이 안 되는거다.

b. 모르겠다. 눈앞이 뿌옇다.


a를 선택한 너는 나름대로 현상을 분석하려고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영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넌 분석의 기본이 뭐라고 생각하냐? 현상이라는 건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현상을 분석하려면 분석 차원을 일관성 있게 넓혀나가거나 좁혀나가야한다. 너처럼 좆도 모르면서 되는대로 지껄이면 안 된다.



넌 일단 개인 차원의 문제와 구조 차원의 문제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넌 두가지 분석 차원을 지쪼대로 혼용하고 있다. '나는 군대에서 실컷 좃뺑이 치면서 고생했는데 취직도 안 되고 힘들어죽겠다' 이건 구조적 문제다. 이건 니가 모호하게 한국여자들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이 '한국여자들'이라는 이익단체를 만들어서 정부에 압력을 넣고 널 군대에 집어넣고 좃뺑이 치게 만들고 너 취직 못하게 회사에 로비하고 그래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넌 구조의 희생양이면 희생양이지 한국여자들의 희생양이 아니다. 한국여자들이 널 착취해서 니가 군대 가서 좃뺑이 치고 취직 못해서 빌빌거리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넌 구조가 뭐라고 생각하냐?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면 개인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구조 내에서 정의된다. 니가 아무리 군대 가서 좃뺑이 치기 싫고 회사에 취직해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싶어도 그렇게 안 되는 건 니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이 '이미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져 있는' 바로 그걸 우리는 구조라고 부른다. 결정은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구조가 하는거다. 많은 사람들이 무슨 비맞은 중모냥 구조적 모순, 구조적 모순, 염불을 해대는 것도 그만큼 '탓할 대상'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구조는 거대하고, 구조는 강력하다. 너무 거대하고 강력해서 지금까지도 구조가 확실히 뭔지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해부한 사람이 없다. 니가 정말로 논리적 반박과 지적인 도전을 즐긴다면 너 스스로 구조가 확실히 뭔지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해부 한번 해봐라. 넌 너의 좌절과 불만이 겨냥하는 대상이 뭔지도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구조와는 달리 실체가 명료한 개인을 괜한 분풀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거다. 주둥아리 닥치는 게 어떻겠냐?


그래도 닥치기 싫다면 좀더 말해보자. 니가 정말로 한 개인으로서 정치적인 의식을 가지고 구조에 저항하고 싶다면 내가 건설적인 방안을 제시해줄 수 있다. 지금 당장 비정부기구에 무상으로 노동력을 공급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에 참여하고 실업문제 해결하라고 정부청사 앞에서 마스크 쓰고 일인시위 들어가라. 자신이 믿는 바를 실천하고 신실하게 신념에 따르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정신적 용기가 필요하다. 좀더 쉽게 탓할 수 있는 대상을 골라서 공격하고 지 분에 못이겨서 게거품을 무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테면 베스킨 라빈스의 후계자였던 존 로빈스는 아이스크림이 건강에 미치는 해악과 아이스크림 제조공정 과정에서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된다는 걸 알고난 후 어마어마한 상속 지분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열성적인 환경운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너, 정말 그런 일 할 수 있냐?


미안하지만 난 니가 사실은 구조적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넌 그냥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하며 사익을 추구하는 평범한 놈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러니까, 새끼야, 주둥아리 놀릴 시간에 토익이나 한 자 더 보란 말이다.


혹시 진짜로 스타벅스, 패밀리 레스토랑, 기타등등 개인의 소비행태 때문에 열이 받냐? 너 진짜로 그런 것 때문에 나라가 발전이 안 된다고 믿냐? 하나 물어보자. 거기서 니가 말하는 '나라 발전'이 뭐냐? GDP 늘어나는 거 말하는거냐? 스타벅스 가고 패밀리 레스토랑 뺀질나게 드나들어도 GDP는 늘어난다. 외식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고용이 창출되고 통화 유통속도가 빨라진다. 외국 자본에 종속되는 게 불만이냐? 난 그런 것보다 초국적 투기 자본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나라에서 스타벅스 열고 패밀리 레스토랑 열어서 장사하는 자본이 아니라 확 몰려왔다가 확 빠져나가서 주가 다 조져놓고 자가증식을 위해 또다른 먹잇감을 찾아다니는 자본이 훨씬 무시무시하다. 넌 그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그냥 단순히 스타벅스가 너무 맛 없어서 열받은 거 아니냐? 나도 스타벅스 별로 맛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것 때문에 열받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넌 그런 것에까지 일일이 다 열받아서 어떻게 사냐? 안 피곤하냐? 스타벅스 맛 없어서 열받으면 니가 직접 뒷마당에 커피콩 재배해서 볶아먹어라.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아라.


b를 선택한 너는 3번으로 넘어가라.




3. 야. 이제 나도 귀찮다. 된장녀에 대해서 아무거나 말해봐라. (이건 자유다.)

a. 스타벅스 마시면서 자기가 뉴요커인 척 하고 사진 찍는 게 같잖다, 왜?

b. 모르겠다. 눈앞이 뿌옇다.


a를 선택한 너는 자신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관념과 타인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관념이 불일치한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그건 분노할 거리가 아니라 생각해볼 거리다.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난다. 예를 들어 지금 너는 니가 주둥아리를 닥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난 니가 주둥아리를 닥치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하고 나불랑나불랑대는 게 너무 같잖다, 왜?


난 개인적으로 최근 주관과 객관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너도 나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일단 주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명확해보인다. 그렇다면 객관은 어떤가? 객관은 '타인의 주관'과 어떻게 다른가? 타인의 주관을 산술적으로 합하면 객관이 성립하나? 넌 객체 자체에 진리가 있기 때문에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객관적인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너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제대로 따라오고는 있는거냐? 이런 거에 열올릴 시간에 토익 한 자 더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 들지 않냐?


니가 그 주둥아리 놀릴 시간에 토익 공부해서 900점 못 넘으면 그건 단순히 니 대가리가 빠가라서 그런거다.


이번에도 b번 고른 너는... 넌 좀 이상하다. 넌 24시간 집중 심리상담치료 받기 전에 안과부터 가봐라. 젊은 놈이 벌써부터 그렇게 눈이 침침하면 어떡하냐. 치료 끝나면 a랑 스터디 짜서 너도 토익 공부해라.
하기사 a 색히는 뒷마당에서 커피 농사 짓느라 좀 바쁘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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