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dge me If you can. :: 오랜만에 우리.


오랜만에 우리.




오랜만에 셋이 모였다. 대낮에 시작된 우리들의 어울림은 깊숙한 골목의 술집을 종점으로 삼았다. 뭐랄까, 단촐한 Bar인 그 곳은 영화 <M>에 나오는 루팡바처럼 깊숙한 골목에 있음에도 언젠가 한번은 와본듯한 착각을 주는 곳이며 어두컴컴하고 조용한 분위기는 부러 알콜을 섭취하지 않아도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한번 물면 멈출 수 없는 나쵸와 살사소스를 가운데 놓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한다. 언제 만나도 어려운, 하지만 언제 만나도 즐거운 그녀들과 함께 한 가열찬 홀짝거림은 3000cc를 훌쩍 넘어섰다. 하늘의 달님이라도 잡아채 올듯한 붕붕 뜨는 기분으로 만두집에 들러 어묵과 국물로 마무리하고 택시를 탔다. 번화가의 네온사인은 아직도 빛나고, 하늘엔 달님이 떠 있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는 길 뒤를 돌아보았을 때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갓 도착한 문자와 부재중 전화는 다시 내 감정을 엉킨 실타래로 만들어버렸다.







그녀가, 그녀 스스로도 인생을 심각하게 살지 않는다고, 대충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짊어지고 있는 짐이 얼마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자신에게 얽혀진 복잡하고 상해버린 이야기들을 타인에게 모조리 풀어내는 습관이 있다. 맞은편에 들어줄 사람만 앉아있다면 그녀의 이야기는 시작되고 끝이 난다. 그녀를 괴롭히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래서 그녀에게 머무를 틈이 없고, 그렇기에 그녀는 인생을 심각하게 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 그 이유를 체감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그녀가 부러웠다.
꽁꽁 싸 맨 나의 보따리를, 나는 풀어헤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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