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하루 보고. (+ 하이힐이야기)
일상.
2008/03/20 22:45
개강하고 3주차에 맞이한, 오랜만의 느긋한 시간. 그간 썩 바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길거리를 혼자 쏘다니며 느긋함을 만끽한 시간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느지막히 일어나 씻고 단장하고, 서평을 써야 할 책 한권을 캔버스백에 넣고 집을 나섰다. 먼저 홈에버에 들러 캐쉬백 쿠폰을 정리했다. 열다섯장에 이르는 모음판에 회원바코드를 붙이려고 적립카드를 얼마나 그었는지(..) 셀프 시스템이기에 망정이지, 직원을 상대해야 했다면 뻘쭘하기 그지없었을 터였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모음판을 수거함에 쑤셔넣어 놓고, 길을 나섰다. 문구 코너에 들러 삼색볼펜과 플래그를 샀다. 얼마나 염원하던, 로망의 삼색볼펜이던가. 플래그는 국산을 사랑할 수 있어도, 삼색볼펜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핑크색의 삼색볼펜을 뿌리칠 과감한 애국정신이 나에게는 없었나보다. 다음 코스는 <매우> 느긋한 시간이었다. 엔제리너스를 박차고(?) 들어가 카페라떼 라지사이즈를 주문하고 2층의 구석자리에 털썩 앉았다. 오늘 쓴 돈을 스케줄러에 적어넣고 한 번의 한숨을 곁들인 다음, 책을 펼쳤다. 얼마만의 사치스런 독서던가. 커피값 4,300원에 느긋한 시간과 자리, 독서를 샀다. 무어, 나에게는 정당한 소비생활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형편없는 사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두어시간을 보내고 커피잔을 반납한 다음 서점의 구석구석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따끈한 신간도 보고, 차가운 구간도 보고, 새로 입양해야 할 녀석들의 제목을 메모하고 뒤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5,000원하는 귤을 한 봉지 샀다. 옷을 찾기위해 들른 수선집에선, 소소한 수선이니 수선비를 한사코 받지 않겠다는 아저씨에게 귤 세개를 쥐어드렸다. 집에 와서 귤을 먹어보니 그 맛이 꽤 달아서, 적어도 아저씨가 인상 찡그릴 일은 없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편했다.
천운영의 책을 집어들었다가 다시 내려놨다. 서점에 갈 때마다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책이다. 그냥, 그녀의 글은 등 뒤에서 파르르 떨며 공격준비를 하는 칼날 같아서 괜히 섬뜩한 마음에 읽을 수가 없다. 파르르르르르르르.
주제 사라마구의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20세기 말쯤 나왔던 책을 요즘 <~자들의 도시>가 주목을 받자 새로 내놓은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지, 원제가 <모든 이름들>인데 너무 대세에 휘둘린 제목이 아닌가 싶어서 (아주 매우) 작게 짜증을 냈다.
시오노 나나미 아줌마는 정말 매일매일 쓰고싶은 글이 넘쳐나는 사람인가 보다. 15년간 로마인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생산한 것에 이어,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를 내놓았다. 입맛을 다셨으나(..) 과연 이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싶다. 그냥.
중앙일보 2008년 3월 19일자, J-Style 섹션.
[J-Style] ‘Super highheels’ 구두 굽은 여자의 콧대다
[J-Style] 패션 위해서라면 아픈 것쯤이야 … 하이힐 중독 자가 진단법
오랜만에 J-Style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잖아도 몇 일전부터 9센티에서 10센티로 진화한 참이었는데, 14센티 이야기를 들으니 혹 하긴 한다. 하지만 금방 진화를 끝낸 시점이니, 당분간은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 각설하고, 여튼간에 하이힐은 1-2센티씩 단계를 높여가는 게 바람직한 착화법(?!)인 것 같다. 나예리 가라사대, 그냥.[J-Style] ‘Super highheels’ 구두 굽은 여자의 콧대다
[J-Style] 패션 위해서라면 아픈 것쯤이야 … 하이힐 중독 자가 진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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