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dge me If you can. ::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 - 새뮤얼 프리드먼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 / 새뮤얼 프리드먼 / 미래인 / 2008



120쪽, 취재하기 챕터.

 낮게 깔린 하늘에서 마치 은빛 화살들이 내리꽂히듯 쏟아졌다. 축복의 빗물은 먼지 낀 창문과, 폭염에 탈 듯했던 나뭇잎을 두드리듯 어루만졌고, 오랜 가뭄으로 말라 비틀어졌던 대지를 적셔줬다. 빗물은 정겨운 처마 밑에 고여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타들어가던 집 안 정원의 움푹 파인 곳에 작은 시내를 만들었으며, 먼지만이 풀썩이든 도로를 두루 덮어줬다. 마른 바람과 먼지로 채워졌던 도심 공기는 새 생명을 얻은 듯 신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어제 무려 12시간 동안이나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일대에 기다리던 단비가 쏟아져 이 일대의 오랜 가뭄이 말끔히 해소됐다. 평균 강우량 3~5cm를 기록한 어제의 빗줄기로 타들어가던 채소류와 다른 농작물들은 목마름을 채웠으며, 이 일대의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의 저수지들도 막판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여름이 간 뒤 가을이 온다는 사실이 뉴스가 될 수 없듯이 비가 왔다는 것도 기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8월 1일 이후 이 일대 평균 강수량이 0.5cm를 기록해왔기 때문에 어제 내린 비는 축복이자 기다리던 뉴스였다. 하도 얌전하게 내려 범람이나 침수 등으로 인한 피해도 일절 보고되지 않았다. 타들어가던 흙과 수풀들은 에메랄드빛으로 소생할 수 있었다. 비 오는 날 집 안에 들어 앉아 있으면 괜스레 우울해진다고 하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단비에 기분이 말끔해진 사람들은 밖으로 뛰쳐나가 쏟아지는 빗속을 질주하면서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 Singing in the Rain>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싶다는 충동까지 만끽했다.

 (날씨 정보를 거의 시 작품 수준으로 끌어올린 기사다. 역시 여유 있으면서도 간결한 묘사에 토대를 뒀고, 이걸 몇몇 팩트와 효과적으로 섞었다. 국내 신문과 방송에서 이런 식의 향기 나는 기사를 보기란 거의 어렵지만, 앞으로 대세가 그쪽이라는 것을 기자 대부분이 알고 있어 좋은 모델로 눈여겨볼 만하다.)


197쪽. 기사쓰기 챕터.

 가설된 지 100년이 된 노후한 대형 수도관이 어제 오전 뉴욕 5번가에서 터졌다. 그 결과 주변을 지나가던 차량들이 물에 잠기고, 하수 구멍은 물로 넘쳐나는 바람에 대혼란이 빚어져 이 일대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변해버렸다. 몇 시간 뒤 '길거리의 강물'이 빠져나갈 즈음 대형 도시가스 관이 폭발했고, 그 충격파로 생겨난 거대한 분화구에서는 노란색 화염이 하늘을 가렸다.

 인접한 19번가까지 일부 피해를 준 연쇄 폭발과 이로 인한 '물과 불의 날'의 스펙터클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이 일대 여러 블록에 걸쳐 대형 건물 1층 로비, 빌딩 지하실 그리고 가게들이 물 피해를 입었고, 40여 명의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이와 함께 기업 사무실 수백 곳이 시한부 폐쇄를 했으며 뉴욕 지하철이 불통됐는데, 주민들은 가스 공급 중지, 정전, 전화 불통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

 저녁까지 수도관과 가스관이 복구됐고, 가스 누출로 인한 불길도 잡혔다. 뉴욕시청 소속 공무원들은 음울한 표정으로 상수도, 가스, 하수구 , 전기선 피해가 합쳐진 '종합세트 도시 사고'의 피해액을 집계 중이다. 대부분의 도시 시설물들이 주말까지 복구되지만, 5번가 일대는 물론 19번가와 21번가 사이 일부 도로는 주중에 잠정 폐쇄된다는 게 담당 공무원의 말이다.
"장관은 장관이네요." 뉴욕시청 환경보존국의 조엘 밀리는 가스관 폭발로 인한 거대한 분화구를 돌아본 뒤 말했다. 이 정도의 분화구는 대형 폭탄이나 지진의 여파로 생겨날 법한 종류의 것이라는 얘기다. "내가 들어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니까요?"

 (인명 피해 없는 대도시의 흔한 사건이지만, 그 여파가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사실은 사실대로 전하면서 글맛도 살아 있다. 상당한 심리적 여유까지 보인다. 앞으로 국내 일간지 사건, 사고 기사도 이런 식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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