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렀다. 후회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일상.
2009/04/30 00:33
저질렀다.
후회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내 딴에는) 꽤나 독하고 모질게 뱉어버렸고 난 후회하고 있다. 이왕 썩은 거 나 혼자 그냥 썩으면 되지, 왜 끌어들였나 싶다. 하지만 나는, 저지르기 전에도 내가 분명 후회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저질렀다.
뭐, 거기까진 좋다. 후회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너무 처참하게 후회했다. 저지르기 전에 느꼈던 분노와 야속함에 엉엉 울어서 부었던 눈의 붓기가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후회하면서 또 울었다. 나는 저질러도, 그 가시에 상대가 콕콕 찔려도 절대 미안해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었다. 내가 왜? 피해자는 나야! 라고 외쳤다.
근데 아니네.
모두 아니네.
굳세게 했던 다짐이 옹색하게, 난 상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미안함이란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 들었고, 상대의 답장을 보자마자 피해자는 나만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하느님도 참 잔인하시지. 이런 건 미리 알려줘도 좋았잖아요? 반전에, 미괄식 구성까지 좋아하시나 봐. 그런 취향일 줄은.
소리없는 울음으로 엉엉 울었다. 내가 미안한 일인데 네가 왜 우냐며 상대가 말했다.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정말 화내고 싶었고, 야속하다 소리치고 싶었고, 곁에 있었다면 퉁퉁 때려주고 싶었는데, 정작 그럴 수 있는 때가 되자 왜 그럴 수 없어졌는지- 오히려 이쪽에서 미안한 마음이 솟구쳐 오르는지 그걸 모르겠어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결국 통화가 끝날 무렵, 입 안에서만 맴돌던 말을 간신히 뱉었다. 내가 미안해. 상대는, 네가 도리어 미안해져서 우는 거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울지 말라고. 나도 안 울고 싶었어. 아니, 울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처참함으로 얼룩진 후회의 눈물이 될 줄은 몰랐지.
여튼 그랬어.
처음부터 예상했듯, 나의 저지름은 후회를 동반했고 그렇게 후련하지도 않아. 그래도 저지르기 전으로 돌아가면 다시 저지를 것 같아. 그래야 내가 살 것 같거든. 내가 보냈던 지옥같은 날들의 손톱만큼을 보여줬으니 그걸로 됐어. 그 작은 무게가 날아가 버린 것만으로도 좀 살 것 같아. 그때 왜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냐고, 내가 하고 싶던 말의 1할이라도 했으니 이제 좀 마음이 편해. 숨이 쉬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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